카테고리 없음 / / 2023. 1. 12. 14:21

부산 이건희 컬렉션 위대한 여정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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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이 서울에서 열릴 때 질투가 났었다. 지방에는 전시회가 있긴 하지만 대작들을 직접 대면할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부산에서도 드디어 이건희 컬렉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다가 '22년 12월 31일  귀한 작품들을 보러 갔다.

 전시 일정, 장소, 시간, 예약 방법

 ㅇ 전시일정 : 2022. 11. 11. ~ 2023. 1. 29.

 ㅇ 전시장소 : 부산시립미술관 3층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APEC로 58)

 ㅇ 관람시간 : 10:00 ~ 18:00

 ㅇ 예약방법 :  해당 사이트(art.busan.go.kr)에서 예약가능, 당일 관람도 현장 접수 통해 가능하나 시간별로      인원제한 유의 

 

이건희 컬렉션의 의의

2021년 삼성그룹의 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은 생전 밝혀왔던 고인의 뜻에 따라 미술품 컬렉션을 국공립 기관에 대거 기증했다. 한국 문화사에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는 이건희컬렉션은 상당한 미술사적, 미학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번 대규모 기능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1,488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게 되었으며, 지역 미술관들 또한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게 되었다. 국공립 미술관의 경우 작품 수집을 위한 재원이 한정되어 있어 회소가치가 높은 근대 미술 작품이나 해외 명화 수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집의 한계는 자연히 미술관의 연구기능의 한계와도 연결되는데, 이건희 컬렉션의 대거 기증은 미술관 소장품의 질적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계기가 되었다. 한국 미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쳐온 이 회장은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더라도 이는 인류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로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광대한 범위의 수집과 대규모 기능으로 이어진 그의 컬렉션은 개인의 컬렉션에서 나아가 수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정한 가치를 체감하게 한다. 

출처 : 이거희 한국 근현대 미술 특별전 안내 책자

 

이건희 컬렉션  전시품(한국 근현대 미술작품)

 

부산 컬렉션은 한국 근현대  미술작품이  주를 이루어 전시되고 있었다. 다양한 근현대 시대의 한국작가들의 작품들을 3개의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 처음 보는 작가들이 많이 있어서 신선했다. 김종태, 서동진, 오지호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1920년대에 서양물감을 구해서 동양적인 화풍이 묻어나는 동서양의 특징이 다 묻어나는 오묘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 알고 있던 작가 박수근, 박고석, 이중섭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박수근작가, 절구질하는 여인, 1950년대 작품박고석작가, 외설악(산), 1980년대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박고석 외설악, 이중섭작가, 오줌싸개와 닭과 개구리 그림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1950년대) / 박고석, 외설악(1950년대) / 이중섭, 오줌싸개와 닭과 개구리(1950년대)

 

박수근의 작품은 자세히 보니 화강암 표면 같은 우툴두툴한 질감을 캔버스에 그 시대에 볼 수 있는 풍경, 인물들을 그려 넣었는데 따뜻한 느낌이 있었다. 절구질하는 여인을 보는데 당시 한국의 시대상을 보는 역사적 보물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하면서 투박한 그림체가 그 시대의 한국의 정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박고석과 이중섭의 작품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기대한 작품이다.

박고석의 외설악 , 풍경 외 몇 작품을 보았는데  외설악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푸르름과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평소에 등산을 자주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국의 산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자연의 풍경을 참 멋지게도 표현했다. 박고석 작가의 푸른색은 뭔가 특별함이 느껴지는데 청명함과 애환이 뒤섞여 자연물만 그려진 그림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거 같다. 이중섭의 오줌싸개와 닭과 개구리 작품은 닭을 향해 오줌을 싸는 소년과 그걸 바라보는 개구리를 익살스럽게 표현했는데 오줌을 피하는 닭들의 모습과 소년의 표정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바닷가의 연인이라는 이중섭의 또 다른 그림은 파란 물감에 살짜기 번진 여인과 여인을 바라보는 야자수 뒤에 남자, 그리고 바닷가에 있는 물고기, 멀리 보이는 배를 스케치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인데 아마도 이중섭 자신과 아내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유의 표정과 사람의 형태가 맘에 들었다. 박고석과 이중섭은 둘 다 이북이 고향이지만 부산으로 피난을 왔으며 궁핍하고 힘든 생활이지만 예술이라는 창작활동을 같이 하면서 진한 우정을 나눈 사이라고 한다.  박고석 작가는 피난 시절 부산에서 카레라이스 장사를 했는데, 당시 이중섭은  가족을 일본에 보내고 부산에서 혼자 살았다고 한다.  그때 이중섭은 박고석의 가게를 자주 방문하여 담뱃값 속에 들어있는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가족에게 쓰다가 만 편지를 두고 가기도 했다고 한다.  박고석의 아내는 그 당시 이중섭이 두고 간 은지화나 편지, 먹다 남음 음식물을 땔감을 해서 수제비를 끓여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수제비가 지금에서 보면 한국에서 가장 비싼 수제비가 아닐까 하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한국이 어려운 시절, 전쟁이 있었고 고향을 떠나 남쪽도시인 부산으로 와서 만난 이들의 그림이 유독 더 눈이 가는 이유는 이런 에피소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중섭의 그림을 좀 더 다양하게 보고 싶었는데 서귀포에 있는 이중섭 박물관이 다시금 생각났다. 

모네의 수련과 같은 공공박물관에서 수집하기 힘든 외국 작가들의 수집품도 볼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부산에는 한국의 근현대 작품을 주로 전시하고 있어서 좀 다양한 스펙트럼의 그림들을 부산에서 더 많이 접하고 싶은 바람이 생기게 되었다. 서울 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작품들을  부산시에도 볼 수 있는 이건희 컬렉션 2 기대해도 되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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